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 2020.가을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와 나, 우리가 안고 사는 우울. 그리고 그 감정이 가져온 마음의 병 우울증. 화제의 채널



이번 『영화가 있는 문학의오늘』 여름호 <특집>에서는 한국 소설이 마주한 세 가지 낯선 조류에 대해 탐색해본다. 최근의 한국 소설에서 세계화 이후의 흔적을 읽어내는 이경재 문학평론가의 비평과 장르소설에서 한국문학의 정치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전혜진 추리문학 평론가의 비평, 근대소설을 벗어난 새롭고 유동적인 형태의 서사 매체로서 웹소설을 조명하는 이융희 문화연구자의 비평을 통해 오늘의 한국 소설을 진단한다.

<유역문예론: 미술>에서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송유미 작가의 드로잉 「무한에 대한 상상」 연작과 「구지가」 연작에 대해 유역문예론의 ‘가화’ 개념을 중심으로 “신격”이 “무위이화”로 구현되는 절묘한 행위라고 본다. 이를 통해 임우기 평론가는 ‘가화’가 송유미 작가의 오랜 수행과 반복의 주원에서 일어난 예술 정신의 한 지극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에는 영화 <휴가>에 나타나는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에 주목한 강성률 영화평론가의 비평과 소설가 천명관의 영화감독 데뷔작인 영화 <뜨거운 피>에 형상화된 장르적 클리셰에 초점을 맞춘 정민아 영화평론가의 비평을 실었다. <크리틱>에서 방민호 문학평론가는 윤고은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를 2008년작 『무중력 증후군』과 2021년 영국의 ‘대거상’ 수상작 『밤의 여행자들』의 대비를 통해 보여준다.

<이것이 문제작이다>에는 전철희, 황유지 문학평론가의 비평을 실었다. 전철희 평론가는 송경동의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와 이수명의 시집 『도시가스』가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성찰함으로써 독자적 시 세계를 축조하고 있음을 밝힌다. 황유지 평론가는 이서수의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가 고발하는 플랫폼 노동의 폭력성에 주목함으로써 작품의 현재적 문제성을 진단한다.



문학을 통해 더 깊이 사유하는 독자들과 더불어 문화의 시대를 향유하고자 하는 계간 『영화가 있는 문학의오늘』이 2022년 여름호(통권 제43호)를 출간했다. 이번 호도 현재 주목할 만한 영화와 문학의 창조적 결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유의미한 화두를 던지면서 영화와 문학 간의 삶의 거리를 좁히는 한편, 익숙한 세계에 대한 새로운 담론 형성에 주력한다.



특집 한국 소설의 트라이앵글

세계화 이후, 장르소설, 웹소설은 한국 소설장의 외곽에 자리 잡고 성찰과 변화를 촉구하는 꼭짓점으로 트라이앵글을 형성한다. 이번 여름호의 <특집>에서는 한국 소설장에 침입한 이러한 세 경향을 조명함으로써 한국 소설의 오늘을 점검하고 이를 통해 변화할 문학의 내일을 상상해본다.

이경재 문학평론가는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당연한 듯 여겨졌던 세계화가 의문에 부쳐진 오늘날 한국 소설이 국민국가와 세계와의 사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세계의 한국인”을 형상화한 이금이의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과 은희경의 연작소설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통해 예측해본다. 이에 따르면 민족주의적 열기로 가득한 이금이의 작품은 ‘국민국가의 상상력’이 다시 힘을 회복해가고 있음을, 세계화 내부의 고독을 보여주는 은희경의 작품은 ‘국민국가의 상상력’과 ‘탈국민국가의 상상력’이 혼재된 양상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소설의 다음을 예비한다.

전혜진 추리문학 평론가는 장르소설에서 한국문학의 정치적 가능성과 미래를 발견한다. 장르소설은 “그 무엇보다 장소의 출현, 다시 말해 세계관의 형상화를 가능하게 하는 상상력을 필수 요건으로 삼”아 “지금 여기 현재가 아니라면 어떤 세계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성의 핵심을 가로지”를 힘이 있다. 전혜진 평론가는 “쉽고 대중적인 공통의 언어, 공통의 은유”를 통해 공유되고 확장되는 장르소설의 세계관이 “잠재적인 가능성들이 현실의 목소리를 얻게 될 화려하고 다채로운 장이 될 것”임을 선언하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르적 세계관의 정치성은 지속적으로 발견되어야 한다”라고 역설한다.

이융희 문화연구자는 “플랫폼과 자본이 결합하며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증대되는 중”인 웹소설 콘텐츠 창작의 속도를 전통적인 한국문학 담론장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웹소설은 디지털 시장에서 “새롭게 개발되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창작된 새로운 상품”이자 “비트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사이보그”로서 “웹소설 바깥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담론을 형성하기 이전에 이미 자신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기에 이융희 연구자는 “2022년에 웹소설에 대한 논의에 뛰어든다면 관점을 바꾸어야” 함을 이야기하며 학술 담론장의 관점에서가 아닌 웹소설 시장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흐름을 통해 웹소설을 분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특집>에서는 이처럼 한국 소설의 트라이앵글을 통해 한국 소설의 위기 국면을 들여다본다. 위기는 한국 소설로 하여금 스스로의 정체성을 성찰하고 나아갈 길을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만드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소설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장을 제시한다.



유역문예론: 미술

<유역문예론: 미술>에서 임우기 문학평론가는 송유미의 드로잉 「무한에 대한 상상」 연작과 「구지가」 연작을 중심으로 송유미의 드로잉 작품에 내재한 ‘가화’의 양상을 포착한다. 유역문예론의 관점에서 ‘가화’란 “천신의 신격”이 잠시 “무위이화로서 나타나는 상”을 이른다. 임우기 평론가는 송유미의 「무한에 대한 상상」에서 “자유분방한 무수한 곡선들과 측정되지 않는 질량감을 지닌 덩어리가 운동하고 유동하는 중에 서로 오묘한 상대성 속에서 생명의 은밀한 기운을 조성하”는 것을, 「구지가」 연작에서는 “신격을 맞이하는 기본적 기술, 즉 주술성”을 발견하고 이러한 수행과 주원이 서구의 액션페인팅과는 다른, “동양 미학의 전통인 도가적 무위자연과 ‘기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음양 간 조화의 ‘정신’”을 형상화함을 분석한다. 유역문예론을 통해 규명되는 작가의 ‘가화’는 “예술 정신의 한 지극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Viewfinder, 크리틱

에는 강성률 영화평론가와 정민아 영화평론가의 비평을 실었다. 강성률 영화평론가는 현재 한국영화장에서 계급 간 갈등을 포착한 영화는 많지만 정작 노동 현실에 주목한 영화는 드물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이란희 감독의 독립 영화 <휴가>가 이러한 문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가는지를 분석한다. 강성률 평론가에 따르면 <휴가>가 형상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엄혹한 노동 현실은 단순히 현상으로만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이루는 근본적인 토대를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정민아 영화평론가는 소설가 천명관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뜨거운 피>에서 조폭 누아르 장르의 클리셰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핀다. <뜨거운 피>는 그 배경이 되는 1993년 “당대의 사회적 징후들을 회고하는 레트로가 아니라 조폭 누아르 장르가 가지는 클리셰로 무장”함으로써 데뷔작으로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감독 천명관의 야심을 드러낸다.

이번 <크리틱>에는 방민호 문학평론가의 비평을 담았다. 방민호 평론가는 윤고은의 ‘대거상’ 수상이 한국문학의 현재에 새로운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윤고은의 2008년작 『무중력 증후군』과 ‘대거상’ 수상작 『밤의 여행자들』의 대비를 통해 진일보한 작가의 “인류적 비전”과 수사학적 힘에 대해 규명한다. 방민호 평론가는 『밤의 여행자들』에서 “흘러넘치는 비유적, 비의적 장치들”과 “사랑을 통한 원력의 힘”을 포착하며, “그가 이 시대 문학의 새로운 총아 중 하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고평한다.



이것이 문제작이다

<이것이 문제작이다>에는 전철희 문학평론가와 황유지 문학평론가의 비평을 실었다. 전철희 평론가는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성찰하는 작업”으로서 이미 독자적인 성취를 이룬 송경동의 시집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와 이수명의 시집 『도시가스』에 형상화된 독자적인 시 세계를 분석한다. 송경동의 시집이 “오롯이 활동가의 목소리를 담아낸 시집”으로서 “진정성 있는 투쟁을 호소”한다면, 이수명의 시집은 도시가스 같이 “우리 주변에 있지만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일상적 물건들과 ‘나’ 사이의 관계를 성찰하는 일에 집중한다. 황유지 평론가는 이미 “무의미해진 세계”와 ‘나’ 사이를 연결해보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이 두 시집의 성취와 동세대성을 찾는다.

황유지 평론가는 이서수의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가 고발하는 플랫폼 노동의 폭력성에 주목한다. 팬데믹을 지나오는 동안 비대면을 골자로 한 플랫폼 서비스는 우리 생활을 잠식했다. “AI 알고리즘을 통한 정보의 축적을 종잣돈 삼아 자본을 잠식한” 디지털 생태계로의 전환은 “노동권이나 노동환경과 같은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대한 실천을 소외시”키고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황유지 평론가는 이서수의 장편소설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플랫폼 노동에서의 인간 소외 현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작품의 시의성을 규명한다.



이 계절의 역작

<이 계절의 역작>에서는 지난 계절에 발표된 시와 소설 중 다시 살펴볼 만한 문제작들을 선정하고 해제를 덧붙여 재수록한다. 단편소설은 방민호 문학평론가가, 시는 남기택, 오봉옥, 유성호 문학평론가가 선별 및 선정 작업에 참여하고 작품마다의 선정 이유에 대해 논한다. 시 부문에서는 김승희의 「가난에 대하여」, 정일남의 「역전 주점」, 손현숙의 「소식」, 이채민의 「꽃은 길을 멈추고」, 이대의의 「학춤」이, 단편소설 부문에서는 도명학의 「황해도 데미지」가 선정되었다.



시, 단편소설

단편소설로 전진우의 「부음」, 이상욱의 「루시드 드림」, 이소정의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실었다. 그리고 강신애, 강영은, 김선아, 김유자, 오은, 안미선, 김재윤, 원동우, 육근상, 주선균, 황정희의 시를 소개한다.



편집위원 소개



오봉옥

광주에서 출생하여 연세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1985년 창작과비평사 『16인 신작시집』에 「내 울타리 안에서」 외 7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89년 서사시집 『붉은산 검은피』(전2권)를 발행, 필화를 겪었다. 그동안 펴낸 시집으로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전2권), 시선집으로 『나를 던지는 동안』, 『달팽이가 사는 법』 등이 있다.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성호

1964년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하여 서울에서 자랐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지냈고, 지금은 한양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하여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대산창작기금, 김달진문학상,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시와시학상 등을 수상했다.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평론집으로 『비평의 도그마를 넘어』, 『납함 아래의 침묵』, 『문명의 감각』, 『행인의 독법』, 『감각과 언어의 크레바스』, 『일제 말기 한국문학의 담론과 텍스트』 등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김환태 평론상 등을 수상했다.



조광희

1966년 서울 출생으로 1989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현직 변호사인 작가는 법조계만이 아니라 영화계 및 문학판에서도 꾸준히 활동해왔다. 다수의 영화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고, 주요 문예 잡지 및 언론에 활발히 기고해왔다. 데뷔작인 장편소설 『리셋』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정치와 법조계 속에 스며들어 있는 부정과 비리를 정면으로 다루는 동시에 인간의 혼탁하고 악한 마음의 심층에 내재하는 순수하고 선한 능력을 흥미로운 이야기와 유려한 필치로 그려냈다.



강성률

서울시립대 국문학과 학사,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석사, 박사. 광운대 교수. 저서로는 『한국영화에 재현된 가족 그리고 사회』, 『영화 색채 미학』, 『영화 비평 : 이론과 실제』, 『친일 영화의 해부학』, 『영화는 역사다』 등이 있다.



김종광

1971년 충남 보령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8년 『문학동네』로 데뷔.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해로가」 당선.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처음의 아해들』, 장편소설 『왕자 이우』, 『별의별』, 『조선통신사』1~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