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사나

정가 : 14,000

작가명 : 주지영 (지은이)

출판사 : 강

출간일 : 2019-02-20

ISBN : 9788982182365 / 8982182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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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나사나







주지영의 첫번째 소설집.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평론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한강론」으로 등단한 주지영은 2014년 『문학나무』 신인작품상에 단편소설 「인간의 구역」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몸의 감각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대면해나가는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표제작 「사나사나」에서 철학자 ‘권’은 ‘나’의 소설을 읽고 “몸 소설이더군요. 껍데기 소설만 읽다가 정말 오랜만에 몸 소설을 만났습니다”라고 하는데 이는 주지영 소설을 설명해주는 핵심 문장이라 할 수 있다. 주지영 소설에서 몸이란 잊혀진 삶의 본질과 진실에 가깝다.

작품 속 인물들은 요가를 하며 거울을 통해 잘 다듬어진 자신의 몸매를 부러워하는 이웃의 눈길을 느끼거나(「인간의 구역」), 임신 이후 자기 몸속의 조그만 것의 명령으로 커피 한 잔도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게 되는 등의 변화를 겪어내면서(「마고할미의 오줌」, 「길 위의 길」) 자신의 존재를 다시 자각한다. 이와 같이 자기 몸으로부터 출발하여 삶을 배워나가는 인물들에 의해, 주지영의 소설 속에서는 몸이 타자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경화된다. 이렇게 등장한 소설 속 인물들은 자기 욕망의 운동을 드러냄으로써 서사를 생동감 있게 전개해나간다. 관념적 상징이 등장하거나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는 소설들과 달리, 주지영의 소설은 인물들의 몸에 대한 욕망을 통해 삶의 위기를 드러내고, 또 그것을 진전시킨다. 가령 남편의 외도를 알아챈 인물들은(「인간의 구역」, 「맞바람」) 그러한 상황 속에서 소외된 자신의 몸의 욕망을 인식하는 데로 나아간다.

『사나사나』의 세계를 관통하는 주지영 소설의 제1주제가 이와 같은 자각하고 욕망하는 몸의 존재론이라면, 제2주제는 몸의 윤리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몸에 대한 연민으로 표현된다. 서로의 몸의 갈증을 채워주는 것만이 아니라 몸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이다. 「백 년 후에」에서 몸을 남성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용하며 살기 위한 생존의 무기로, 옷을 어머니를 모욕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의 의미로 여겨온 ‘나’에게 스승인 ‘정’은 몸이 애정의 통로이며 옷 짓기가 사랑의 표현임을 가르쳐준다. 결국 ‘나’는 위로의 형식으로서의 옷 짓기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나’의 어머니가 나혜석이 방황 끝에 찾아갔던 수덕사 아래에서 밥 짓기를 통해 주위 사람들을 위로하는 삶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마고할미의 오줌」에서도 모든 몸들은 저마다의 고유성을 지닌 채 대지모신인 마고할미의 오줌과도 같은 비를 맞으며 거대한 자연의 질서의 일부로서 살아간다. 개별적인 몸이지만 또 근원적인 것의 일부이기도 한 몸이다. 이와 같이 저마다의 생명력의 몫을 나누어 갖고 있는 몸에 대한 존중은 주지영 소설의 중요한 주제이다.

첫번째 몸의 윤리가 모든 몸들에 대한 존중이라면, 두번째 몸의 윤리는 바로 삶 속에서 여러 욕망들 사이의 불화에 맞닥뜨릴 때 결국은 자기 몸에 자연스러운 길을 따라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 즉 자신의 몸에 삶을 맡기고 또 그 몸을 다시 거대한 순리에 맡겨, 물 흐르는 듯한 거대한 세상의 이치를 몸으로 정직하게 마주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기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다. 「사나사나」에서 교수가 되겠다는 욕망 끝에 그 허명을 얻고야 마는 ‘권’이 아니라, 헛된 욕망을 버리고 다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 시원으로 돌아가듯 본래의 삶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함’이 이와 같은 몸의 순리를 따르는 삶을 살고 있다고 ‘나’는 여긴다. 그리고 ‘함’에게서 그러한 삶을 배운다. 삶의 욕망들은 때때로 갈림길을 만나기도 한다. 그 엇갈리는 욕망들을 제 안에서 이겨내며 살다보면 그 몸은 어느새 그 욕망들과 닮아가게 된다. 두 가지가 만나 하나가 된 나무의 몸, 엇갈리는 욕망들 속에서 하나의 길을 찾아낸 그 옹이를 ‘함’은 ‘나’에게 건네주었던 것이다. 그것은 곧 삶의 욕망들에 의해 찢겨진 상처를 치유하는 힘을 의미한다. ‘나’ 역시 새살로 상처를 이겨낸 나무의 옹이와도 같은 자신의 생명력에 순응하고자 한다. 「길 위의 길」 역시 몸의 윤리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예술적 충동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예술가 ‘황’과,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의 몸에 잉태된 생명을 지키려 하는 ‘나(유평)’를 통해 이 소설은, 결국 몸에 대해 정직한 방식으로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한편 주지영의 인물들에게 깨달음의 몸이란 예술적 몸이기도 하다. 그녀의 예술가 인물들은 몸을 매개로 하여 자기 영혼의 진실을 표현한다. 삶 속에서 온전히 듣지 못하고 전하지 못하는 몸의 말을 예술을 통해 듣고 전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나사나」에서 몸에 갇힌 여성의 삶에 대한 소설을 쓰는 ‘나’, 나무를 깎아 현대 여성의 왜곡된 삶을 조각해내는 ‘함’, 「길 위의 길」에서 화가로서 ‘황’이 그리고자 하는 그림 역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그은 붓질 하나와도 같다. 그는 삶에 정직한 알몸으로 맞서고, 그 몸짓을 승화시켜 다시 하나의 형상으로 표현해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황’의 예술적 몸은 ‘나’의 여성적 몸과 분신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예술적 충동에 이끌리고 또 이에 충실한 삶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 몸의 진실을 추구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 몸짓들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오롯이 감당하며 나아가고 있기에, ‘몸의 삶’의 한 절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물들의 삶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소설가 주지영의 소설관 역시 몸의 진실을 소외됨 없이 언어로 담아내는 정직한 소설을 써나가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소설은 자각하고 욕망하는 몸, 연민하고 치유하는 몸, 진실과 해방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몸과 예술의 몸, 삶의 물길을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이런저런 몸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관념적 주제나 언어적 실험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진짜’와 ‘날것’으로 부딪쳐오는 몸의 실감에서부터 출발하는 한없이 미더운 소설, 이 뜨거운 온몸의 소설을 지지한다.(‘작품 해설’에서)

목차

인간의 구역

사나사나

백 년 후에

마고할미의 오줌

맞바람

길 위의 길



작품 해설 온몸의 소설 안서현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저자 소개

주지영 (지은이)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평론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한강론」으로 등단했다. 2014년 『문학나무』 신인작품상에 단편소설 「인간의 구역」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단편소설 「사나사나」가 『2015 젊은소설』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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