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깨달으며 - 글로컬리즘 시대, 문학.역사.문화 이야기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와 나, 우리가 안고 사는 우울. 그리고 그 감정이 가져온 마음의 병 우울증. 화제의 채널



가장 향토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문화 변혁에 관한 거시적 안목

대중음악사 연구에 쏟은 열정



민경탁의 산문집 『살며 사랑하며 깨달으며』에서 개인 신변에 해당하는 글은 극소수다. 대부분이 저자의 고향인 김천 지역의 문화 공간 및 역사적 인물에 관한 글이다. 저자가 대상으로 선택한 지역 공간에 대한 관심은 자연적 모습이나 물질성에 머물지 않고 특정 인물과 관계로 확장함으로써 그 공간이 새로운 문화적 의미망을 생성하는 구체적 장소로 전환한다. 특히 김천 지역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문인과 대중음악가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익숙한 일상어의 의미를 지역성에 근거하여 분석한 글은 그리 많지 않지만 정확한 언어 정보를 알려준다. 이러한 이야기를 끌고가는 저자의 시선은 객관적이고 건조한 편이다. 인물이나 장소,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거나 감성적 시선으로 감응하기보다는 대상 그 자체의 사실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사실 기록, 학문적 탐색, 문화비평적 비판 및 해석이 융합하여 흥미롭고 새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해 준다.

저자는 국문학도였고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학문적 관심과 글쓰기는 문학의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문화 쪽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문학은 인류 문화의 중심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21세기 출발과 함께 디지털 문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문학은 오랫동안 지켜왔던 왕좌를 디지털 영상문화에 넘겨주게 되었다. 문화의 흐름은 크게 변하고 있다. 문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변혁하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한다. 20세기 말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학의 기존 경계를 허물고 문화의 중심 가치에서 주변 가치로 시선을 이동한다. 소위 문화 가치의 다중성을 수용한다. 이런 변화에 편승하여 문학을 문화라는 거시적이고 다양한 기준에서 인식하게 된다. 특히 오래된 관습으로 내려온 엘리트와 대중, 중심과 주변, 중앙과 지역, 프로와 아마추어의 이분법적 인식은 허물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탈과 자기 갱신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숭배했던, 무난하고 익숙한 문학의 관습에 머무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바꾸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문화적 대변동의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예지가 있을 때 용기는 작동한다. 김천 출신 민경탁의 글쓰기 바탕에는 자기만의 예리한 안목과 당찬 용기가 깔려 있다 하겠다.

글쓰기는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 행위이다. 미학적(문학 예술적) 관점은 ‘어떻게’에 무게를 싣지만, 글쓰기의 출발선은 언제나 ‘무엇’이다. 어디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선택이며 가치 지향적이다. 그것은 글 쓰는 사람의 선택은 관심이고, 그 관심은 이데올로기며 세계관이다. 지역문화 및 한국 대중가요사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집중은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관이고 정신의 고유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