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옷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와 나, 우리가 안고 사는 우울. 그리고 그 감정이 가져온 마음의 병 우울증. 화제의 채널



문혜란은 2003년 《영남수필》 신인상을 받으면서 수필가의 길을 걸어왔다. 작가는 대구 수필문단에는 꽤 알려진 작가이다. 가톨릭신문 독서대상, 신앙체험수기 대상 등 수상이력만 보더라도 숨은 실력자이다.

문혜란 작가의 첫 수필집 《바람의 옷》이 출간되었다.

문혜란의 수필집 《바람의 옷》은 만추의 숲길을 거니는 듯 깊고 그윽하다. 인생의 황혼을 맞는 쓸쓸함과 세월의 아득함과 인간에 대한 연민 등이 수필의 풍경을 이룬다. 숲은 연륜이 깊을수록 황홀한 색상과 우아한 권능을 갖춘다. 문혜란의 수필집이 그랬다. 인생의 황혼을 맞는 작가의 수필집에도 오래된 숲에서 느끼는 향기와 색채가 우러난다. 작가가 걸어온 생의 숲에도 세상의 부박한 말들과 미완으로 남은 꿈과 회한의 기억이 공존한다. 늙음과 죽음, 가족과 부부, 신앙과 이웃, 투병과 고통 등이 ‘나’와 동행한다. 다양한 종이 어우러진 숲일수록 향기롭다. 수필집 《바람의 옷》에는 작가가 걸어온 발자국에 서린 곡진한 이야기와 사연이 담겨 있다. 그 숲에는 늦가을 석양이 나무 사이로 내려앉고, 농익은 문장 사이로 엷은 묵향墨香이 우러난다. 그 풍경이 처연하게 아름답다.

수필집 《바람의 옷》에 수록된 오십여 편의 작품은 한 존재가 걸어온 총체적 삶을 보여준다. 늙음과 죽음, 자아를 둘러싼 세계, 유년기의 기억과 시대의 풍경, 신앙인의 삶, 친정과 시댁의 가족사 등을 주로 담고 있다. 창작활동 이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펴내는 수필집이니 작가의 삶과 문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문혜란이 가꾼 수필의 숲을 걷는 동안 웅숭깊은 인간의 내면과 고아한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신앙심과 인간애를 중심에 둔 그의 수필세계는 높고 쓸쓸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