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 트렌드에 달렸다 시리즈 - 4회 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혼자 일을 한다는 것은 참 비능률적이다. 우선 내가 사무실을 비우면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해외 바이어와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국내 거래선과 연락을 하는 등의 문제는 없지만, 자료를 만들거나 정리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한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회사 경영의 전부이다보니 나의 한계가 회사의 한계가 되버린다. 그런 한계를 벗어나고 스스로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려고, 이런 사고력의 확장. 창의력. 아이디어창출등에 관한 책을 읽는다. 사실 내 주변은 쌩쌩한 아이디어가 팡팡튀는 곳은 아니다. 왜냐하면 신발과 양말이고 그 것을 만들거나 파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만들어오던 기계적인 관습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건 아날로그 산업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길고, 디지털제품과 달리 팡팡 튄다고 해서 더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뭔가를 새로워질려고 하지 않으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있어도 실행하기도 어려운 산업분야이다. 

“어떤 종류의 환경이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까? 이 질문에 대한 최고의 대답은 ‘혁신적인 환경이 그 환경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인접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더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환경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예비 부품(기계적이든 개념적이든)들을 드러내고, 그 부품들을 다시 조립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게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조합을 막거나 제한하는 환경은 탐구를 장려하는 환경보다 혁신을 덜 만들어내고 덜 순환시킨다.”

이런 게 제일 흥겹게 되는 분야는 역시 광고나 마케팅업계일 것이다. 그리고 IT 벤처쪽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제품을 만들어내는 환경이다. 전에는 ‘나는 왜 그런 분야에 들어가지 못했을까?’라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지 않고, 언제나 혼자 일하면서 자원도 언제나 부족한 나로서는 많은 것에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부족한 면을 메꿔야 하는 고민을 하는 나는 유성생식‘이라는 생물학적 혁신전략을 좋아하게 되었다. “힘든 시기에 생물은 그런 어려움을 이겨낼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다. 번창하는 시기에는 무성생식도 충분하다. 사는 게 편하고 좋을 때는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유전 결합을 도입함으로써 성공에 해를 입히면 안된다. 그러나 세상이 한층 어려워질 때는, 즉 자원이 부족해지고 포식동물과 기생동물이 많아질 때는 혁신할 필요가 있다. 혁신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 다른 생물과 유전자를 교환하는 것은 단순한 복제보다 어 어렵지만 성이 주는 혁신적 보상은 더 안정된 방식이 가져올 위험을 능가한다.”

이래서 순수한 혈통을 고집하기 보다는 혼혈이나 돌연변이가 자꾸만 생겨야 어려워진 환경에 생물들은 잘 적응한다. 전에는 안 그랬는 데, 요즘은 누가 부르면 무조건 ‘나가요~ 불러줘서 고마워요!’한다.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도 마구마구 가려고 한다. 불러만 준다면. 그렇게 자꾸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려고 하다보니 전에는 소주 한잔이면 꼬꾸라져 잠을 자거나 도망치던 내가 이제는 소주 2병정도 먹으면 막내 책을 사려고 굳이 먼저 술좌석을 도망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더 많이 마신다면 더 오래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술은 조금 마시더라도 더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방법, 즉 적게 마시고 적게 취하지만 술좌석의 분위기를 깨지 않는 인내력을 키우려고 한다. 친구중에도 생기기는 말술을 마시게 생겼지만, 체질상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놈이 그렇다. 나도 그를 본받으려고 한다. 그래야 더 오래,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나눌 수있으니까. 그건 구멍가게 사장의 숙명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날 만나러 찾아오지 않는다. 그럼 내가 가야한다. 

“클레버의 법칙을 통해 나온 결과중의 하나는 ‘종과 무관하게 모든 생물의 평생 심장박동수는 일정하게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정해진 몫을 사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다.” 그러니까 심장박동수는 몸집의 크기와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 책을 보고 ‘그런가?’라고 꽤나 신기해했다. 그걸 비즈니스로 따진다면 대기업일수록 움직임이 둔하고 변화가 작고, 소기업일수록 움직임이 빠르고 변화도 많아야 한다는 해석과 같다. 

이 책의 주장을 관통하는 한 가지 금언이 있다면 그 것은 아이디어를 보호하기보다는 서로 연결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자유시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혁신의 흐름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자연과 문화에서 아이디어에 제약을 두지 않는 환경보다 혁신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연결되고, 결합되고, 다시 연결되기만은 분명이 원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경계를 넘어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어내기를 원한다. 그리고 서로 경쟁하는 만큼 서로를 더욱 완전하게 만들어준다.“ 

나도 이 말에 공감한다. 그건 내가 오퍼업을 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지도 모른다. 원래 오퍼업이란 거간꾼이다. 가진 것 아무 것도 없이 정보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바이어와 생산자를 연결시켜주고 구전을 받는 게 일이다. 그러다보니 정보와 아이디어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그걸 바이어와 생산자에게 비밀로 하려다가는 아무 것도 내놓을 게 없다. 그래서 오퍼업은 항상 자기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있어야 한다. 대신 섣부르게 하면 금방 더 싼 구전을 제시하는 다른 오퍼상으로 대체된다. 그렇지 않으면 바이어와 생산자가 직접 배를 맞추는 일도 흔하다. 그래서 오퍼업은 언제나 거래의 양 당사자보다 더 많이, 더 좋은 정보를 가지고 더 발전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시하고, 그들이 나와 함께 한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있음을 믿게 해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어디가서도 나의 아이디어나 생각을 감추지 않는다. 서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걸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설령 같은 아이디어로 대화의 상대가 더 잘 할 수도 있어도 그럴 개의치 않는다. 그럼 난 떠나야 한다. 그게 오퍼상 20년동안 얻은 경험이고, 그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 여전히 한달에 11-12권의 책을 읽고 있다. 나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비결은 혼자 고고하게 앉아서 위대한 생각을 하려 애쓰는 게 아니다. 자기 앞의 탁자 위에 부품을 하나라도 더 많이 올려놓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난 책을 읽는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 

“(종은 아이디어들의) 패턴들은 단순하지만 부분의 합보다 더 현명한 전체를 만든다. 산책을 하라, 예감을 키워라, 모든 것을 메모하되 폴더는 엉망으로 놔둬라. 뜻밖의 발견을 포용하라, 생성능력이 있는 실수를 하라. 여러 가지 취미활동을 하라, 커피하우스를 비롯한 유동적 네트워크에 자주 가라, 링크를 따라가라,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아이디어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게 하라, 빌리고 재활용하고 다시 만들어라, 복잡하게 뒤얽힌 바다를 만들어라.”

탁월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 참 쉽죠잉~ 시간이 걸리는 것 빼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