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사막에 나무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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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인문·교양
오늘도 나는 사막에 나무 심는다
  • 출판사(사) 작은것이 아름답다
  • 잡지명작은 것이 아름답다



글 김기돈

“정성을 들이면 돌에도 꽃이 피듯이 사막에도 나무가 자랄 수 있어요.” 사막에 나무를 심는 사람, 거칠고 모진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을 초록의 땅으로 바꾸려는 사람, 생명의 흔적도 없는 황량한 죽음의 땅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나무를 심기 시작한 사람, 인위쩐. 30년 동안 그녀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불모의 땅에 서다

30년 전, 그녀의 아버지는 한번도 와본 적 없는 낯선 땅, 중국 내몽고 모우슬 사막에 짐을 부리듯 낯선 남자에게 내려놓고 떠나갔다. 아무도 살지 않는 불모의 땅, 집어 삼킬 듯 윙윙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두려움의 공간을 몇 번이고 벗어나려고 했다.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짐을 쌌어요. 뒤돌아보니 저만치에서 그이가 처연하게 울고 있는 거예요. 안쓰러워서 차마 떠날 수 없었어요.” 남편 바이완상은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다. 우직하게 일만하는 순한 소 같은 사람이다. “아무도 없는 사막에 부인이 처음 왔을 때 울기만 해서 슬펐어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어요.” 바이완상은 지금껏 한번도 화를 내거나 힘든 내색을 하거나 싸워본 일이 없다. 부인 인위쩐과 함께 있는 것, 함께 일하는 것이 그이의 모든 것이다.
그 즈음, 멀리 떨어진 곳에 누군가 나무를 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순간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나무를 심어야겠어. 모래바람에 굴복할 수는 없지’ 마음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새벽에 일어나 40리 떨어진 곳으로 소를 끌고가서 묘목을 구했다. 남편 바이완상과 함께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풀씨와 묘목 살 돈이 없으면 남편이 노동을 해서 묘목값을 마련했다.

처음에는 사막에 나무가 자랄 수 있을지 걱정을 하면서 풀씨를 심고 싹을 틔우기 위해서 물동이를 지어 와서 물을 주었다. 어렵게 풀이 조금 자라면 풀뿌리가 모래를 잡아주었고, 그 곳에 나무를 심었다. 죽으면 다시 심고 또 다시 심었다. 어깨에 피멍이 들고, 손이 거칠게 트고 갈라지도록 묘목에 싹을 틔우기 위한 외롭고 힘겨운 투쟁이 이어졌다. 그렇게 살려낸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는 것을 보면서 사막을 초록의 땅으로 바꾸겠다는 다짐을 한다.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서 심은 나무와 풀이 10퍼센트 정도만 살아남았다. 오랫동안 경험이 쌓이면서 지금은 80퍼센트 정도 뿌리를 내린다. 사막을 보면 어디에는 풀을 심어야 하고, 어디에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 눈에 들어온다.

30년 세월은 사막을 바꾸어 놓았다.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운 한 사람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옥수수가 자라고, 수박이 넝쿨을 뻗는 밭을 지나, 미루나무 숲에 새들이 날아오고, 야생동물이 사는 생명의 땅이 되었다. 날마다 그녀의 손길을 기다리는 나무, 일일이 찾아다니며 물을 주어야 하는 나무만 2만 그루가 넘는다. 힘겹게 가녀린 잎을 내민 나무에 물동이로 나른 물을 붓는다. 한 방울 물도 옆으로 새나가면 아깝고 안타깝다. 물이 조금이라도 더 나무뿌리에 스며들도록 공을 들인다.
인위쩐의 삶은 사람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일을 거들고, 나무심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농과학생들도 와서 나무를 배우고, 이 놀라운 그녀의 30년을 몸으로 체험한다. 2001년에는 치사영웅, 노동영웅으로 선정되면서, 정부에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물차도 지원받고 묘묙을 구하는 비용도 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인위쩐과 바이완상의 일상에 바뀐 것은 없다. 새벽같이 일어나 나무 심고 묘목에 물을 주고 밭을 돌보는 성실한 일상은 여전하다.

그곳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한국 사람들에게 과묵하고 성실하게 일만 하던 바이완상이 갑자기 손을 잡고 이렇게 말을 했단다. “당신들이 심은 나무를 잊지 마세요. 언제가 다시 와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꼭 보세요.” 머무는 동안 사람들이 두 그루씩 심었다. 자신이 심은 나무를 가슴에 담고 가라는 말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빛이 마음에 박혀 사람들은 돌아서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이 지구별에서 살아가는 법 

인위쩐과 바이완상 부부가 2006년 여름 한국을 방문했다. 죽전 예술제 초대로 처음 외국 여행길을 나선 것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곳의 우거진 나무들과 풀이었다. 부럽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내몽고의 사막의 나무들은 거의 직접 심은 것이어서, 어떤 것이 어떤 것인지 다 알아요. 여기 나무들 속에서 내가 심은 나무들과 같은 종류는 발견했을 때 너무 반가웠어요.” 척박한 자리에서 힘겹게 생존하고 있는 사막의 나무들이 안쓰럽다. 언제쯤 사막에 비도 많이 오고, 푸른 숲으로 바뀔까. “한국에 와 보니 풀도 많고 나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부러웠어요. 같은 나무인데 사막에 심은 나무는 인공적으로 물을 주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눈물이 나도록 측은해요. 우리가 심은 나무들도 죽지 않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너무 내 집과 내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생각이 마을과 지역, 나라에 머문다. 인위쩐은 사람들 모두가 지구를 위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 싸울 일도 욕심을 부릴 일도 없지 않겠냐고. “사람들이 이 지구에서 사는데 지구 없으면 인간도 없잖아요. 지구를 사랑해야 하고 자연환경, 나무나 풀들 하나하나 사랑해야 해요. 나라는 여러 개이지만 지구는 하나뿐이잖아요.” 인위쩐이 30년간 심은 나무는 수백만 그루를 넘는다. 한 사람이 이토록 많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사막에 있었고, 사막에 맞서는 방법은 사막을 바꾸는 것 밖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땅이 누구의 것이든 그것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손등이 갈아지고 얼굴이 모래바람에 거칠어지도록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은 것뿐이다.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이는 지구별을 가꾸어 온 사람이다. “높은 하늘에서는 지구 전체만 보이잖아요. 땅에 붙어있으면 내 나라와 내 집 밖에는 안보여요. 시선을 넓혀서 하늘에서 보면 지구가 바로 우리 집이잖아요. 어디가 자기 나라이고 자기 집인가는 보이지 않고, 이 지구만 생각하게 돼요.” 인위쩐은 그런 마음으로 나무를 심는다. 이 지구별에서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이기심으로 가득 차서 다른 것에는 눈을 두지 않고,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자리를 잃는 일이고, 자신이 나온 어머니 품을 업신여기는 일이다. “자연환경을 홀대하게 된 것이 과연 개인 문제인가 생각해 봤어요.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정부는 도시를 발전시키는 데만 신경을 쓰고, 도시가 부유해지고 근대화되는 것에 매달려 다른 곳을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이런 것이 인간에게 맞는 것인지 생각해야 하는 거죠.”

 

그 사막에 인위쩐이 있다

그녀가 나무를 심는 방법은 간단하다. 버드나무를 1미터 간격으로 잘라낸다. 그것을 묘목단을 묶어 모래언덕을 올라간다. 구덩이를 판 다음 묘목덩이를 묻고 발로 꼭꼭 눌러준다. 그 다음은 날마다 물동이를 지어 나르는 우직함과 성실함을 반복하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살아있는 묘목은 이듬해 싹을 내고 뿌리를 내린다. 이 나무는 비로소 이 사막에서 울창한 숲을 꿈꾼다.

얼마나 많은 풀씨를 모래 속에 묻고 싹을 틔워야 하는지 계산하지 않는다. 싹을 틔워야 바람에 모래들이 들뜨지 않고 나무가 뿌리를 온전히 내릴 수 있다. 옥수수대로 바람막이를 하나하나 만들어 어린 묘목이 자리를 잡도록 돕는다. 지극한 정성이 나무 한 그루를 사막에서 일으킨다. 이렇게 치열하고 모진 시간과 맞서면서 걸어온 것뿐이다. 그것이 전부이다. 일은 일로 이어지고, 다시 새벽은 새벽으로 이어지는 동안 사막이 바뀌기 시작했다. 오직 두 손으로 사막 600만평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 넣었다. 나무가 자라고 과실이 열리고, 가로수 가득한 길이 생겼다. 인위짱과 바이완상 부부는 한 사람의 성공담을 보여준 것이 아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한 사람이 눈을 뜨고 발을 내딛으면 결국 어떤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에게 사막과 맞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녀와 함께 사막에 나무를 심고 있는 80여 가구가 생겼다. 이러한 것이 그녀의 가지고 있는 자산이다.

“나 하나라도 일어서서 나무와 풀들이 많이 자라도록 일을 시작한 거예요. 그래야 두 번째 사람이 있고 세 번째 사람이 있을 거 아니에요. 함께 하는 일은 그 만큼 좋은 일이니까요. 생을 바쳐 나무만 심을 거예요.”

이것이 인위쩐,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진심이다. 나무는 그녀의 일상이고 평화이고 꿈이다. 사막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울부짖던 처음부터 지금까지 많은 일들도 있었고 변화도 있었지만, 단 한 가지 그 사막에 인위쩐이 초록같이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한결같이 인위쩐이 풀씨를 뿌리며 나무를 심고 있다는 변함없는 현실이 소중하다.

– 이 글은 <작은것이 아름답다> 122호 <작아가 만난 사람>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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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tp://jaga.or.kr/?p=4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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