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AI 보이스
한없이 외로운 날, 괜히 AI에 말을 걸어본다. 그런데 아이폰의 시리나 삼성 휴대폰의 빅스비, AI 스피커의 건조한 음성을 들으면 위로가 되기는커녕 더 우울해진다. AI 음성을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목소리로 AI 음성을 설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얼마 전, 20분 정도의 음성 녹음 파일만 있으면 자신의 목소리를 닮은 소리를 만드는 ‘AI 보이스’ 서비스가 개발된다는 뉴스를 봤다. 현재 개발 초기 단계로, 엑소 백현 등의 목소리가 서비스되고 있다고. 정말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신지형(여행사 직원)

기억을 영원히 저장하는 법
외로움을 이겨내는 데 추억을 회상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미래에는 기억을 메모리화해 다시 보고 싶을 때마다 불러내는 기술이 나오지 않을까? 영국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의 ‘트랜스 휴먼’처럼 컴퓨터를 몸에 이식하거나, 기억을 저장하는 칩이 개발될 것 같다. 김초엽 작가가 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관내 분실’처럼 기억이나 마음을 저장할 수 있는 도서관의 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 전희재(넷플연가 대표)

반려동물과의 재회
미국 드라마 <블랙 미러>에는 갑작스레 죽은 남편을 추억하며 남편과 똑같은 인조인간을 만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떠올렸다. 둘만 살았기 때문에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좋겠지만,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충분히 만족할 듯하다. 다른 예시로, 동물 언어 번역기가 있다면 반려동물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장현아(학원 강사)

이번 취미는 처음이라서
요즘은 연구실 밖으로 나와 겨우 휴일을 맞이해도 도대체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멀리 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그저 넷플릭스 채널을 계속 돌려볼 뿐이다. 취미 활동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방황하는데, 이런 순간에는 외로움이라는 존재가 더 명확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 성향에 맞는 취미를 그때그때 추천해주고 미리 경험해볼 수 있게 하는 가상 플랫폼이 있다면 어떨까?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다양한 취미를 쇼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늘은 스테판 커리 선수와 함께 농구를 체험해볼 예정입니다”처럼. 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어 다채롭게 교류하고 싶다. 물론 언어 지원은 필수! 이승훈(대학원생)

나쁜 감정 지우개
나쁜 감정 지우개가 있다면 내 자유 의지로 외로움은 물론, 나쁜 기억이나 감정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흑역사 #무력감 #외로움 등 키워드를 세분화해 부정적인 감정을 필터링해주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이나 평생 잊지 못할 나쁜 기억을 가진 이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스스로 세상을 저버리는 최악의 선택도 막을 수 있을 듯. 이미희(뷰티 마케터)

초연결 플랫폼의 등장
미래의 외로움 플랫폼은 두 가지 형태로 발전할 것 같다. AR/VR 인공지능을 포함한, 국가 간의 장벽을 넘어 연결되는 초연결 플랫폼 형태와 사람 간의 실질적 만남과 교류를 더 강조하고 활성화하는 커뮤니티 형태다. 초연결 플랫폼의 경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글과 사진, 목소리, 영상, 최근에는 메타 버스에 이르기까지, 만남을 위해 개인이 써야 할 리소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일상 속 만남과 연결을 게임처럼 즐기고, 가상현실에 수시로 접속해 즉각적이고 몰입도를 높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이미리(문토 대표)

친구 같은 비서 로봇
나의 외로움 증상이 악화되는 건 바쁜 일상에 침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휴일에 취미 활동을 즐길 여유도 없다. 그저 무기력하게 누워 있을 뿐. 지금 당장 나를 위한 비서 로봇이 필요하다. 스케줄 관리나 이메일 확인 등 기존의 앱이나 스케줄러가 수행하는 역할을 넘어, 외롭거나 지칠 때 나를 위로하고,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휴식 시간을 결정하며 보양식을 추천해주는 로봇 말이다. 음주 및 금연 센서나 건강 관리도 필수.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냥 일도 전부 대신해주면 좋으련만. 한영우(직장인)

‘칭찬봇’과 함께라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데, 분명 외로운 사람도 춤추게 할 것이다. 요즘 세상은 칭찬에 인색하다. 외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를 먼저 사랑해야 하고,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고 들었는데, 매일 나를 칭찬해주는 ‘칭찬봇’이 있다면 힘든 직장 생활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이한나(공무원)

부캐의 삶
내가 나로 사는 게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얼마전, 2개의 삶을 사는 ‘부캐’가 트렌드 중 하나였는데, 비슷한 듯 다른 상상으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가상현실에서는 VR 기술을 활용해 내가 설정한 캐릭터가 되어 직접 길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 특수한 수트를 입으면 현실 세계에서 촉감까지 그대로 느껴진다. 이를테면, 해리포터의 마법사 학교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일단 헤르미온느의 옆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수다를 떨 예정이다. 김지현(플로리스트)

가상 오피스의 탄생
재택근무 때문에 하루 종일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이런 외로움을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게만 느껴진다. 일을 하다 답답한 순간에는 차라리 회사에 출근해 빨리 일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다가올 미래에는 가상현실 오피스에서 사람들과 적당히 연결되어 일할 순 없을까? 페이스북이 올해 하반기 증강현실 안경인 ‘AR 글래스’를 출시하는데, 이는 이용자가 장소에 상관없이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실감나는 VR 사무실의 탄생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추가로 ‘꼰대’ 언어 필터링 기능까지 있다면 좋겠다. 이주희(직장인)

로컬 커뮤니티의 진화
미국 시애틀에 거주 중인 친할머니의 시니어 아파트는 할머니와 비슷한 연령대의 노인들이 모여 산다. 같은 세대가 모여 살다 보니 봄이 오면 버스를 빌려 꽃놀이를 가고, 생일이면 함께 식사를 한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다. 이건 분명 고도화된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이기도 하다. 로컬 커뮤니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 동네 단위로 묶어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은평구의 한 의료협동조합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그 동네를 왕진하는 의사가 있다. 이처럼 혼자가 되더라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망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힘들 때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도록 말이다. 황보선(매거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