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민「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2014 『에세이스트』 등단

2020 에세이스트 올해의 작품상 수상

나에겐 이상한 버릇이 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가 이북 출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귀가 솔깃하다. 그때부터 북한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을 한다.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나는 북한법을 연구하고 있고, 대학원에서 강의도 하는 북한 연구자로서 질문하는 것이라고 배경설명을 한다. 이런 경험을 거듭하면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였다. 내가 만난 5~60대의 사람들 부모는 90대쯤이거나 돌아가신 경우가 많았다. 시기적으로 1920년대 생의 부모가 1950년대 생의 자녀를 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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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과 나눈 이야기도 대체로 비슷했다. 이북 출신의 부모는 자식들에게 북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돌아가실 무렵 혼자서 우는 분도 있고, 조상의 산소가 어디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남기는 분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런 이야기조차 잘 하지 않았다. 요즘은 자식들이 아버지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이야기할 기회도 없었겠지만, 이북 출신 부모는 두려웠을 게다. 내가 북한 출신이란 것, 그리고 아직도 그곳에 형제자매와 그들의 자식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금에 와서 새삼스레 밝히는 것이 남한에 살면서 일군 내 가족, 내 자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을 게다. 그들은 이산가족 상봉신청도 하지 않았고, 자식들이 금강산관광을 가려고 하면 그것조차 말렸다. 공산당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데 북한은 가지 말라고 말렸다.

내가 묻는 마지막 질문이다. 만일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 이북에 있을 4촌이나 6촌쯤 되는 친척을 만나보고 싶으냐고. 그러면 자녀들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조차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한참 후 만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금껏 모르고 수십 년을 살았는데 지금 만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냐는 생각, 남한에 있는 친척도 자주 만나지 않는 현실, 더러는 남한에 비해 형편이 어려운 이북 친척을 만나보아야 내 것을 나누어줄 뿐이지 무슨 덕을 보겠느냐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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