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 찾아가는 ‘뚜벅뚜벅 부산건축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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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미술·건축
근대건축 찾아가는 ‘뚜벅뚜벅 부산건축투어’
  • 출판사농민신문사
  • 잡지명전원생활

건축문화해설사와 걸어서 백년 속으로



 

사진부산은 대표적인 근대도시 중 하나다. 일제는 부산을 공공기관·상업시설·군수시설 등을 두루 갖춘 근대도시로 만들고자 했고,그에 따라 여러 시설들이 부산에 들어섰다. 이후 시간이 흐르며근대건축물들은 재개발이나 일제 잔재의 청산 등을 이유로 하나둘 사라졌지만, 여전히 부산에는 206개소(2023년 부산광역시근대건축자산에 등록된 건축물의 수)의 근대건축물이 있다.부산시와 부산국제건축제조직위원회는 ‘뚜벅뚜벅 부산건축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에는 4가지 투어(센텀시티건축, 유엔·문화건축, 동래전통건축, 원도심건축)가 있다. 이 중원도심건축 투어는 현대건축 1곳과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근대건축 4곳을 볼 수 있어 근대건축을 이해하기에 좋은 프로그램이다.

모든 투어는 상반기(3~7월)와 하반기(9~11월)에 주 2회(토요일 오후 2시, 일요일 오전 10시) 진행된다.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며, 참가비는 1인당 5000원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진행되며 올해는 11월 26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독립운동의 정신이 깃든 곳 백산기념관]

“원도심건축 투어에 참여하러 오신분들 맞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하게 된 부산시건축문화해설사 정규섭입니다. 혹시 건축문화해설사를 아시나요?”

투어에 참여한 10여 명의 참여자 중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고, 몇몇은 고개를 저었다. 건축문화해설사는 사단법인 한국건축가협회·부산국제건축문화제에서 양성하는 건축 전문 해설사다. 아카데미에서 100시간의건축 강의와 실습을 수료해야 해설사가될 수 있다.건축문화해설사는 부산에서 최초로 양성했으며, 현재 부산에는 20여 명의 해설사들이 활동 중이다.원도심건축 투어의 첫 일정은 중구 동광동에 있는 백산기념관에서 시작한다. 백산기념관은 부산 중구청에서 1995년에 백산안희제의 항일 독립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 기념관이 위치한 곳은 안희제가 임시정부 등에 자금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만든 백산상회의 터다. 삼각형 모양의 입구로 들어가 지하로내려가면 안희제의 유품과 독립운동 자료


80여 점이 있는 전시실이 나온다.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 해설사가 질문을 던졌다.“여러분, 발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지 않나요? 발소리가 울리게 설계해 독립운동가들의 절규와 외침을 표현하고자 했답니다.


또 독립운동가들이 은밀하게 활동한 점을 반영해 건물을 지하화했어요. 입구의 삼각형 구조물은 독립운동가들의 강한 결속을 형상화한 것이고요. 알고 보니 더 흥미롭죠?”

사실 백산기념관은 제2회 부산광역시 건축상 건축물 완공 부문은상을 받은 현대건축이다. 앞으로 떠나게 될 본격적인 근대건축 기행에 앞서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기리도록 하기 위해 코스에 포함한 게 아닐까 싶다.



[르네상스양식의 은행 건물 한성1918]

백산기념관 바로옆에는한성1918이 있다. 3층 높이에 붉은 벽돌의 벽체가 인상적인 건물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 건물은 1918년에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가 한성은행 부산지점으로 지었다. 이후 40년간 은행이 영업을 하다가, 1960년

대부터 ‘청자다방’이 들어서 ‘청자빌딩’으로 불렸다. 현재 부산에 현존하는 유일한 근대기 은행 건축물이다.“이 건물은 2015년에 개인에게 매각돼 철거될 뻔했어요. 그때 부산시가 보존 목적으로 구매해 리모델링을 했고, 현재는 시민들을 위한 부산생활문화센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해설사가 105년 전의 건물 사진을 보여줬다. 현재 건물과 비교해보니 다른 점이 눈에 보인다. 먼저 층수가 다르고, 건물의 모서리 모양도 다르다. 처음 완공 당시엔 지상 1층 규모였지만 1964년에 상업 용도로 변경되며 증축됐다. 또 도로 정비를 하며 차가건물에 부딪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건물의 한쪽 모서리를 직각에서 둥근 곡선 모양으로 바꿨다.“이 건물에 어떤 특징이 보이세요? 정문을 중심으로 건물의 모양이 대칭이고, 화강암으로 만든 기단이 있고, 흰색의 돌림띠가있어요. 이런 특징이 있는 건축을 르네상스양식이라고 해요.”일본식의르네상스양식이 14세기에서 16세기에 유행하던 유럽의 르네상스양식과 다른 점이 있다면 건축물의 재료다. 건축의모양은 르네상스양식을 구현했지만 당시에는 없던 근대적인 재료인 벽돌이나 콘크리트를 건축에 사용했다고 한다.



[나아가는 배 모양 닮은 부산지방기상청]

다음으로 찾은 곳은 중구 대청동에 있는 부산지방기상청이다.이 건물은 일본 중앙기상대가 기상관측을 위해 만들었다. 원래일제는 1904년 중구 신창동의 민가 사이에 임시 관측소를 설치했는데, 1905년 보수동 청사를 거쳐 1934년 이곳 복병산 정상에

새 관측소를 지었다. 해방이후 부산지방기상청이 이곳에 자리했지만, 2002년 사무공간은 동래구로 이전하고 이곳에서는 기상관측만 하고 있다.건물의 외벽은 앞서 본 한성1918의 붉은 벽돌과 달리 노란 개나리색 벽돌로 돼 있다. 벽돌의 색은 다르지만 한성1918과 같은 좌우 대칭 구조, 흰색 돌림띠 등을 통해 단박에 ‘르네상스양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성1918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건물의 모양입니다.

건물을 보면 뭐가 생각나지 않나요?” 해설사가 던진 질문의 정답은 ‘배’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건물의 맨 윗부분이 마치 배의 조타실 같다.


“대구에 건설된 기상관측소는 비행기 모양이었어요. 어떤 이미지를 형상화하거나 특별한 조형을 적용한 건물을 표현주의 건축이라고 해요. 그 당시에 이런 건물은 흔치 않았죠.”내부는 외부만큼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오르내리창(두 짝의 창문을 서로 위아래로 오르내려서 여닫는 창)과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계단의 돌난간이 이색적이다. 그래서인지 이 건물은 2001년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이 됐다.



[근엄함이 건축으로 부산주교좌성당]

1924년 성공회 교단은 부산에 있는 일본인을 선교하기 위해 일본인 밀집지역이었던 중구 대청동에 성당을 지었다.

40여 평(132㎡) 규모로 완성된 성당은 마크 트롤로프 주교의 집전으로축성했다. 이는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보다 2년 앞서 지어진 것이다. 1964년에 리모델링을 거치며 한 번의 증축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옛날 모습 그대로다.“이 건물은 어떤 특징이 보이시나요? 건물의 높이가 낮고 창문도 거의 없죠?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지어서 그래요. 로마네스크양식의 특징은 11세기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11세기 왕과 교황 사이에는 알력이 심했고, 그러다보니 전쟁도자주 일어났다. 이때 목재로 지은 성당이 불에 타며 자주 훼손됐다. 그래서 목재 대신 석재를 쓰기 시작했고, 무거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창문의 크기를 줄였다. 성당의 높이도 자연스레 낮아졌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아치형 천장과 벽면의 작은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눈에 띈다.“사실 스테인드글라스는 고딕양식의 특징 중 하나예요. 로마네스크 이후에 나타난 고딕양식은 무거운 석재 대신 가벼운 석재를 사용해 창도 크게 내고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장식도 넣을수 있게 됐어요. 높이도 훨씬 높게 지었죠.”

로마네스크양식과 고딕양식은 가끔 이렇게 같이 공존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부산주교좌성당은 부산·경남 지역에 있는 성당중 90년 이상 된 유일한 건축물로 건축사적 가치가 높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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