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다. 영화의 완성도가 똥이란 얘기가 아니다. 다루는 소재가 그렇다는 거다. 하긴 세상은 똥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오키쿠와 세계>를 만든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다르다. 그는 똥에서 세상의 이치를 본다. 세상이 있어 똥이 있고 똥이 있기에 세상이 돌아간다며 똥의 순환을 주제로 삼는다. 그래서 영화는 시작부터 똥냄새를 풍긴다. 너무 비위 상하지 않느냐고? 그나마 다행히 흑백 촬영이라 불쾌한 느낌은 덜하다. 

때는 에도 시대, 현대처럼 정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야스케(이케마치 소스케)는 마을 곳곳의 화장실을 돌며 똥을 수거한다. 둥근 나무통 안에 걸쭉하게 담긴 똥을 퍼내어 이를 등에 지고 나르는 야스케는 주변의 눈총에 아랑곳없이 묵묵히 맡은바 똥 처리에 매진한다. 비슷한 처지의 이들을 향한 배려도 남달라서 폐지를 주워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츄지(칸 이치로)에게 돈을 더 벌 수 있다며 함께 똥을 푸고 운반해 땅에 거름으로 뿌리자고 제안한다.

츄지에게는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다. 오키쿠(쿠로키 하루)다. 오키쿠의 아버지는 몰락한 사무라이다. 새벽 시간만 되면 알람을 맞춘 것처럼 방귀를 뀌어대어 그 시끄러운 소리에, 지독한 냄새에 강제로 잠에서 깨야 하는 오키쿠의 일상은 평범함 그 자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아니 길 가다 별안간 똥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사건을 겪으면서 오키쿠의 삶은 변곡점을 맞는다. 아버지가 옛 동료 사무라이의 칼에 숨지고 이를 막으려던 오키쿠는 목에 상처를 입고 목소리를 잃는다.

오키쿠와 츄지와 야스케와 같은 청춘은 아직 완전히 자라지 않은 어린나무에 속한다.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데 그중에는 그렇게 원하던 일에 실패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무시당하거나, 가까운 이를 잃거나 하는 등의 마주하기 힘든, 참기에 괴로운, 인내가 필요한 순간도 존재한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흰색과 녹색에 가까운 존재들이 회색과 검은색으로 점철된 사회적 진실을 목도하며 겪게 될 혼란과 고통이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고 버텨가는 데 쓴 약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세상은 흰색과 검은색, 흑백과 컬러, 좋은 일과 나쁜 일, 깨끗함과 더러움, 성공과 실패, 좌절과 재기, 생과 사, 빛과 어둠, 전쟁과 평화, 승리와 패배 등 모든 상반된 가치가 점으로 마주한 가운데 이를 잇는 선이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우리는 그 안에서, 점과 점을 잇는 그 사이에서 치고받고, 물고 빨고, 온갖 투쟁을 벌이며 목표로 한 특정 점을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도, 이루지 못하기도,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들이 모두 모인 곳이 바로 세계인 셈이다.

이 주제를 강화하는 영화의 편집은 첫 장면에서 곧바로 이뤄진다. 원형의 똥통을 보여주는 카메라는 곧바로 깨끗한 물이 담긴 수조를 이어 붙인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깨끗한 물과 더러운 똥의 순서가 아니라 똥에 이어 물을 보여주는 건 순환의 원리를 보여주려는 의도다. 야스케는 똥을 푸고 돈을 받는 대신 돈을 지불하고 가져와 그 똥을 땅 위에 거름으로 뿌린다. 이를 흡수한 작물은 쑥쑥 자라 식탁 위에서 인간의 뱃속으로 들어가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들이 다시 똥으로 나와 앞의 순서를 반복한다.

똥이 지닌 순환의 가치는 성장하는 청춘의 과정과 맥을 같이 한다. 오키쿠와 야스케와 츄지가 맞닥뜨린 이런 똥 같은 상황은 그 순간만큼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더럽지만, 인내하고 이겨내는 시간이 거름이 될 때 청춘은 한 뼘 더 자라 세상을 더 넓게 받아들이는 품과 깊게 보는 눈을 갖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님은 추운 겨울에 이어 꽃이 피는 봄이 찾아오는 계절의 순환처럼, 먹는 것이 몸 안에 들어가면 반드시 똥이 되어 나오는 원리처럼, 인간은 평생에 걸쳐 성장의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똥이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똥에 주목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