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는 인문학 시리즈 - 5회 입니다.

“백인천 프로젝트는 프로야구에서 4할타자는 왜 사라졌는가?라는 질문에, 지난 30년간 한국 프로야구의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답해보려는 야심 찬 연구이다. 1871년 시작된 미국 프로야구에서 1941년 타울 0.406을 기록한 테드 윌리암스이후 4할타자가 사라졌다. 일본 프로야구에선 아직 4할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첫 해 백인천선수가 0.412로 4할을 넘긴 이래 지금까지 프로야구에서 4할타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스티브 제이굴드는 그의 저서 풀하우스에서) 자연의 많은 시스템이 성숙할수록 개체간의 특성의 분산이 평균을 중심으로 줄어들 듯, 야구 선수들의 기량도 점점 평준화되어 , 평균 타율을 중심으로 타율이 지나치게 높은 선수도 지나치게 낮은 선수도 점점 사라지는 것이 보편적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선수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어 1할 타자도 사라지지만 4할 타자도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하여 100년간의 미국 프로야구 결과를 분석해 타자들의 평균 타율이 증가해왔음에도 (다시말해 타자들의 실력이 줄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율의 격차가 사라져 4할타자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백인천프로젝트는 지난 30년간의 한국 프로야구 테이터를 분석해 타지실력과 투수실력, 수비실력등이 어떻게 진화해왔으며, 과연 한국 프로야구 역시 안정화단계에 접어든 것인지 통계적인 분석을 시도한 집단연구이다.”

실제로 100년 미국 프로야구의 평균타율은 0.260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고, 30년 한국 프로야구의 평균타율은 0.280내외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고 타자의 평균 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굴드의 가설이 상당히 맞는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많은 타자들, 야구 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앞으로 4할타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이 책을 읽는 데 조선일보에서 백인천과의 인터뷰가 나왔다. 그는 ‘(야구에) 미쳐야 (4할을) 친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야구에 그토록 중독이 되지 않을 수없었던 이유들이 절절하다. 프로야구 구단이 몇 개인지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진화론과 같은 과학이야기도 곁들여져서 흥미도 만점이다. 

그럼 장사는 왜 1조원대 성공신화가 거의 없지? 궁금해졌다. 한국에서 최근 수십년간 1조원대의 자수성가를 이룬 기업은 네이버를 세운 이해진이 거의 유일하다. 나머지는 이미 선대에 이룬 부를 활용하여 더 키운 기업들이 전부다. 야구로 보면 4할대 타자와도 비교할 만한다. 그럼 한국의 장사판 역시 프로야구처럼 안정화단계에 접어든 것인가? 그건 4할대의 타자가 나타나지 못하는 것은 타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타자를 둘러싼 환경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보는 게 이 책의 관점이다. 마운드 높이의 변화, 소화해야 하는 경기 숫자의 늘어남, 투수력의 향상 등등 선수 외적인 면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4할대의 선수가 나타나기 어려웠다고 한다. 1조원대의 스타 경영자가 나타나지 못하는 것도 기업에 대한 규제의 강화, 소비자의 의식향상, 훨씬 많아진 기업의 숫자, 늘어난 경쟁자등등 경영자이외의 요소들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야구에서 선수의 기량은 늘어났지만, 실력을 나타내기 어려운 것처럼, 경영인의 기량은 늘어났지만, 기업을 둘러싼 환경 때문에 실적을 높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이 책에서 통계의 대상이 된 미구 메이저리그나 한국 프로야구는 모두 1군이지, 마운드에 올라서보지도 못한 야구선수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들은 야구선수이기는 하되, 야구선수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숫자는 100년 전 미국이나, 30년전의 한국보다는 현재 더 많을 것이다. 이건 마치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었지만, 성공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장사판과도 같다. 야구계에서 4할이 거의 불가능한 숫자가 되듯 1조원대의 기업이 독자적으로 나타나기도 거의 불가능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보니 장사판이나 야구판이나 먹고살기 퍽퍽해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외계인처럼 하늘에서 뚝떨어진 경영능력을 보이면서 삼성이나 현대같은 회사들을 차릴 수도 없고.......

그럼 나도 1조원대의 성공신화를 쓰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느니 좀 즐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배짱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