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는 인문학 시리즈 - 3회 입니다.

이건 ‘상식의 배신’이야, 이렇게 좋은 단어에 부정적 단어가 붙을 수있다니.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의미에 읽던 책을 잠시 미루어 두고 이 책부터 읽었다. 이 책을 출판한 ‘부키’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bookiemb)에 들어가니 ‘긍정성 테스트’가 있길래 해보았더니, ‘밝고 긍정적인 당신은 '긍정의 배신'을 당할 확률이 높다’로 나왔다.

그래, 내가 긍정이란 놈한테 배신당할 수있다는 말이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우선 놈을 파악해봐야 겠구만.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처음 생각난 것은 바로 ‘시크릿의 배신’이었다. 내가 원하면 무엇이든 된다는 주문을 끊임없이 외우게 하는, 하지만 그 것을 이루기 위하여 어떻게 실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일언반구도 없었던 황당한 책이었다. 지하철에서 성경책을 읽는 사람들을 볼 때도 비슷한 느낌이다. 목사도 아니고 어디가서 설교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마치 외울 듯이 성경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주여 믿습니다. 저에게 복을 주소서’하는 게 또한 황당해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시크릿‘과 초대형 교회의 목사들에 대하여 비판을 했을 때, 절대 공감하였다. 

하지만 이 책을 남에게 권하고 싶게 만든 것은 ‘왜 이 시대에 유독 긍정을 강조하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에서 ‘코칭의 역사’를 찾아보면 코칭업이 1990년대에 급성장한 이유가 평생직장의 상실‘이라고 나와있다. ...... 그 것이 심리통제를 위한 대규모 실험’이라고 한다. 세상은 불안하고, 믿고 의지할 만한 것도 결국은 자신 뿐일 때,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한다. 그리고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을 배우기 위하여 기를 쓰고 ‘나는 할 수있어, 정말이야,~~’라고 외쳐댄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같은 데, 그럴 방법조차도 모를 때 사람들은 긍정에 대한 책을 읽고, 텔레비전앞에 앉아 마치 악세사리를 쇼핑몰에서 구매하듯 온라인으로 송금을 하면서 목사의 설교를 듣고 ‘아멘’을 되풀이한다. 나도 그럴 수있으면 그러고 싶다. 하지만 ‘매일 매일 생겨나는 일, 나로하여금 세속적인 부담을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데, 그럴 수는 없다.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아질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일이 항상 잘 풀려가지는 않는다. 

내가 읽은 ‘자기계발, 긍정마인드, 동기유발’에 대한 책들도 꽤 된다. 의식적으로 그런 책들을 가끔 읽는다. 나도 웃으면서 즐겁게 살고 싶으니까.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내가 지치지 않도록 나를 채찍질하기 위함이다. 바버라가 좀 비꼬는 투로 말했지만, “문제를 초래하는 사람들은 자기 최면에 능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유능한 세일즈맨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긍정이란 ‘잘 살펴보고 시작하고, 일단 시작하면 지치지 않고 진행하되, 아니다 싶으면 적당하게 접을 수 있는’게 좋은 긍정이다. 이게 꼭 “주의깊은 현실주의”와 같은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러저러하다보니 책을 내고 글을 쓰는 것도 적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런데 내 글을 읽는 사람들로부터 자주 지적받는 것중의 하나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글투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 걸까? 내가 좀 정도가 심하기는 하지만, 세상을 어렵게 될수록이면 낙관적으로 보자는 사람은 많다. 세상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가지고 사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자기 장사가 나빠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대박나기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오늘도 세상에 내 물건을 ‘사주세요!’가 아닌 ‘내 물건을 사야한다!’고 외치는 게 사장들이다. 그렇지만 한국이나 세계의 경제사정은 점점 더 나빠져가고만 있다. 큰 희망을 봐야하고, 그걸 이루어야 하는 데 사정은 거꾸로 가고 있다. 

‘딜레마’다. 사는 것 자체가 딜레마다. 

이미 죽음은 확정되어 있는 데, 뭣하러 살기 위하여 노력하나?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

사업파트너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들 한다. 판매도 줄어드는 데 비용은 늘어만가니 수지맞추기가 어려워진단다. 그렇다고 사업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나 마찬가지로 누구나 사업도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한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해왔고, 더 잘할 것이다.’ 요즘들어 자주 써먹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긍정의 배신’은 긍정주의의 화신인 돈키호테가 로시난테 공주와 결혼을 하지도 못했는 데, 지금은 모두가 돈키호테가 되라고 외치는 세상에 ‘땡 땡’하고 종을 쳐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하거나 긍정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좀 더 합리적인 긍정적 삶을 살고 싶다면 마틴 셀리그만의 ‘학습된 낙관주의’도 같이 읽어보면 좋다. 그에 따르면 낙관주의 학습은 ‘긍정적 사고의 힘’의 재발견이 아니다. 낙관주의 기술은 행복한 사건들을 설파하는 핑크빛 주말학교에서 나온 것도, 단순히 긍정적인 주문을 외우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수년간의 연구 결과 긍정적인 주문을 외워봐야 별 효과가 없음을 발견했다. 오히려 실패를 경험할 때 ‘부정적이지 않은 사고’의 힘을 이용해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살다보면 겪게 마련인 실패에 직면하여 자신에게 내뱉는 파괴적인 말을 바꾸는 것이 낙관주의의 핵심기술이다. ...... 낙관주의가 중요한 까닭은 그 것이 인내력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두 책을 읽어본 결과 난 낙관주의를 마틴 셀리그만이 말한 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낙관주의를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경우를 판단가기 위한 근본지침은 문제가 되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지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의 대가가 크다면 낙관주의는 바람직한 전략이 아니다. ...... 그러나 반대로 실패의 대가가 작다면 낙관주의를 이용하라.한 번 더 전화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영업사원의 경우에 실패하더라도 잃는 것은 자신의 시간뿐이다.”

‘긍정의 배신’에서도 “긍정심리학의 연구결과를 본다면 인과관계는 없지만, 상관관계는 있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정도의 효과는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난 지금도, 앞으로도 긍정을 배신하지 않을 작정이고, 긍정으로 하여금 나를 배신하게 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 책은 ‘긍정에 대한 상식’을 배신하였고, 나는 ‘맨발같은 신발이 가장 좋다’하면서 ‘신발에 대한 상식을 배신’하고 있다. 때로는 세상에 유쾌한 배신이 있다는 걸 세상에 보여준 동지가 있어서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