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 진실 시리즈 - 2회 입니다.

서점에 가면 ‘사장’에 관한 책을 우선 찾아본다. ‘결국 사장이 문제다’를 내놓고서는 인터뷰도 하고, 독자들의 이메일도 받기 때문에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경영이나 사장학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장 노릇을 잘해야 앞으로 살 길을 만들어 낼 수있다는 강박관념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은 나와는 관점이 다르다. 내 책은 사장인 나의 관점에서 소기업에서 경영을 어떻게 하는 지를 고민했지만, 이 책은 직원과의 관계를 펼쳐낸 사장의 속내이다. 

직원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염려한 사장이 직원에게 본심을 확실하게 말하지 않고 에둘러서 말하는 내용이다. 우선 제목을 보자.

자네 실력이 정말 대단하군 --> 내가 젊을 땐 너보다 더 했어

장기 휴가를 쓰겠다고? 그럼 쉬어야지 --> 평가를 받을 시간이 돌아왔군

요즘 무슨 책을 읽나? --> 제발 부끄러우니 공부 좀 해라

지난 번에 내가 말한 건 어찌 되었나? --> 너, 딱 걸렸어

그런데 왜 사장은 직선적으로 말하지 못할까? 직원들에게 좀 더 솔직해져야 하지 않을까?

뭐, 사장이라고 하고싶은 말 탁탁 내놓고 속시원하게 했으면 좋겠지만, 사람관계에 치이다보면 그럴 수없다. 내 속으로 낳은 아이마저 내 말을 잘 듣지 않는 데, 기껏해야 적은 월급으로 묶여있는 사장과 직원의 관계가 내 속같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어르고 달래면서 같이 가야한다. 그게 이 책의 본심이다. 

그렇다고 직원이 사장에게 본심을 내놓지는 않는다. 뒷담화를 할 지언정 눈치를 보면서 사장 앞에서는 말조심을 한다. 정말 직원하고 사장이 계급장 띠고 야자타임하면서 솔직하게 대화를 하면서 회사을 운영하면 그게 잘 될까? 난 아니라고 본다. 설사 직원이 사장만큼이나 책임감도 있고, 능력이 있다고 해도 사장 1인과 직원들 다수간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민주적인 회사 운영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사장이 회사를 운영해야 하겠다는 방침과 직원 전체의 생각이 다르다면 사장은 직원의 의견을 따라야 할까? 게다가 직워들간에도 하나의 의견으로 일치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직원들도 다 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은 직원들을 설득하고 다독거려가면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비록 그대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이 책처럼 사장은 직원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에둘러서 말할 수밖에 없다. 그 고충을 이해하면서 이 책을 읽으니 매우 실감이 난다.  이 책대로 판단한다면 윤용인은 상당히 점잖고 직원들에 대한 이해를 하고 그들을 위하여 간이라도 빼줄 것같은 아주 착한 사장일 것같다. 거기에 맞게 직원들도 사장에게 착하게 대해주면 고맙겠지만, 그런 직원은 아주 드물어서 사장을 섭하게 한다. 그렇다고 사장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태어날 때부터 사장인 사람은 없다. 사장도 직원의 경험이 있건만 서로를 이해하는 게 무척 힘들다.

“사장과 직원이 서로에게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직원이었을 때는 직원의 눈으로 회사를 봤고 사장이 되어서는 사장의 눈으로만 사람을 해석했다. 사장의 시각에서 때때로 어떤 직원은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보였다. 그들은 회사의 사정보다는 개인의 권리를 우선시했고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나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았으며 끊임없이 다른 회사와 비교를 하면서 사장을 주눅들게 했다. 입사할 때의 가장 낮은 자세와는 너무 다른 태도로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심지어 그 사직서는 골탕의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욕을 해봐야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인 나는 세태를 탓하고 사람 복없는 스스로의 처지를 우울해하며 새벽까지 애꿎은 소주잔만 비워댔던 것이다.”

그런데 책이 참 재미있다. 읽으면서 이 책을 쓴 윤사장의 문장력이 참 대단하다는 것에 부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특히 사장들의 유치하고 소소한 보상심리를 말할 때는 웃지 않을 수없었다. 사장 자기는 아침에 늦게 출근하면서 직원들이 늦게 출근하는 것을 되게 싫어하는 사장들의 습성이다. 어떤 사장은 아침에 직원이 갔다주는 커피를 마신다던가, 누구는 아침에 꼭 종이신문을 읽기도 한다고 했다. 나역시 그랬다. 10시쯤 출근하면서 직원들에게는 꼭 출근시간을 지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안한 것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고. 내 나름대로 변경거리는 있었지만, 어쨋거나 내가 정시 출근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 그러라고 할 때는 나도 속으로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말해준다. “유치하다면 유치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장은 자신만의 소소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상한다. 죽을 것처럼 외롭고 하루하루가 불안하며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없다고 생각하는 사장들은 최소한 직원들이 할 수 없는 일, 사장이니까 가능한 일을 하나씩은 찾아서 자기 자신을 위로한다.” 하하하. 난 왜 이런 말을 진작에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앞으로 직원이 생기면 당당하게 나의 새로운 보상심리거리를 찾아내야겠다. 그리고 직원이 나를 따라하려 하면 윤사장처럼 한마디 해줘야지. “(직원이) 절대로 하지말아야 할 것은 사장만이 하려하는 이런 식의 사장놀이를 직원이 눈치없이 따라하는 일이다. 사장도 커피잔에 차를 마시니 자기도 같은 취미를 보여준다며 크리스털 번쩍이는 명품 커피잔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거나 사장보다 더 열심히 세상공부를 한다면 영자신문 3개를 아침마다 구독하면서 업무시간에 읽어내려가는 짓은 당신이 회장이 되어서나 할 일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대지 말라’는 것이다.” 

똑같은 사장에 대하여 썼는 데, 이 책은 재미있다. 단어도 잘 골랐다. 다음 번에는 나도 이런 식으로 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의 글은 잔재미가 없다. 그게 항상 내 글의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무척이나 건조한 글투이다. 나도 윤사장처럼 심리학을 좀 더 읽어볼까?